아침 요구르트, 밤의 스프, 쉬는 날의 잼.
숟가락을 쓰는 횟수는 생각보다 많은데 그 손잡이의 감촉을 별로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 만지고 있어야 할 도구인데 손의 기억이 없다.
도구와의 관계는 누군가 만들어 사 오는 것뿐이 아니다.
단 1개의 도구에 손을 다는 것만으로도 매일의 풍경이 바뀌는 장면이 있다.
'있는 것'으로 때우면 살림에 안 녹아든다
집의 숟가락들은 대부분 어딘가에서 한꺼번에 산 것.
손잡이의 길이도 떠내는 면의 각도도 자신의 손이나 입에 맞춰 고른 게 아니다.
'쓸 수 있으니까' 써 왔을 뿐 도구와 자신은 남처럼 남아 있다.
남의 도구로 먹는 매일은 편리하지만 특별하진 않다.
도구를 정리한다고 하면 맞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말 정리되는 건 자신의 몸에 맞는 형태에 가까워질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