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어느 겨울 그 사람은 수첩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한 줄만 적었다. "올해는 계단 2층을 숨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예고 없는, 자신밖에 모를 한 문장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지금 그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열 줄의 기록이 나열되어 있다. 열 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몸의 지도가 되어 있었다.
건강 검진의 수치 바깥쪽에, 자신만이 아는 지표가 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건강 검진 결과로 나오는 수치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자신의 몸 변화의 전부를 잡을 수 없다. 아침에 눈떴을 때의 몸의 무거움, 계단 중간에 숨이 차오르는 위치, 저녁의 발의 냉기, 밤 중에 깨는 횟수. 이런 감각적 지표는 검사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검진은 일 년에 한 번의 사진이고, 자신의 몸을 매일 관찰한 기록이 아니다. 둘을 가지고 있어야 몸의 윤곽이 비로소 보인다. 다만 감각은 흘러간다. 써 두지 않으면 반 년이면 까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