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직함으로 불리고 집에선 "야"라고 불리고 근처에선 성으로 불린다. 깨닫고 보니 자신이 불리는 이름은 생활 안에서 기껏해야 3, 4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그 고정이 답답해서 매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곳에 다니기로 했다. 주마다 다른 취미 써클 얼굴을 낸다. 그때마다 완전히 다르게 불린다. 그걸 1년 계속하니 자신의 폭이 예상 외로 넓어졌다.
불리는 이름은 그 사람 안의 '역할'을 불러낸다
부르는 방식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다. "부장"이라고 불린 순간 사람은 부장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엄마"라고 불린 순간 어머니로서의 판단이 일어난다. 이름은 그 사람 안에 있는 여러 역할 중에 어느 것을 불러낼지를 정하고 있다.
역할이 3가지쯤으로 고정되면 편하다. 헷갈리지 않는다. 다만 그 고정이 오래 계속되면 그 3가지만 움직인다. 다른 역할은 벽장에 처박혀 있어서 먼지가 쌓인다. 그 먼지는 본인한텐 안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