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틈새, 쿠션 아래, 식탁 의자 위, 냉장고 앞―리모콘이 떠도는 장소는 늘 다르지만, 그 목록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에어컨을 끄기 위해 수십 초간 가족이 부스스거리며 움직인다.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마음의 여유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건, 리모콘을 한자리에 모으고 난 뒤였다.
없음보다 정해지지 않은 게 더 피로하다
리모콘을 못 찾는 것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어디를 찾을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소파 주변을 본다. 티브이 뒤를 본다. 다른 방까지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머릿속으로는 "아마 여기겠지" "아니 아까는 여기서 썼는데"하며 가설과 검증이 끊임없이 돈다. 너무 많은 정신 에너지를 한 가지 동작에 쏟아야 한다.
집 안의 찾아야 할 물건의 총량은 물의 개수가 아니라, 정해진 자리가 없는 물의 개수로 결정된다. 열쇠, 지갑, 가위, 손톱깎이, 밴드, 펜. 자주 쓰는 물건인데 매번 다른 곳에 두다 보니 매일 작은 마찰이 생긴다. 한 번씩은 작아도 오후 즈음이면 확실히 피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