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감사를 말하는 장면은 매일 몇 개씩 있다. 밥을 해줬다, 빨래를 해줬다, 쓰레기를 버려줬다. 입으로 하는 감사는 가볍고, 금방 흘러간다. 어떤 사람은 달에 한 번, 가족 중 누군가에게 감사를 손으로 써서 편지로 보낸다. A4 한 장도 안 되는 짧은 편지다. 이걸 시작한 뒤로, 가정의 공기가 분명히 달라졌다고 한다.
말은 입에서 나온 순간 사라진다
가족 사이에 오가는 감사는 양은 많지만 가볍다.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고마워"가 대부분이다. 반사의 감사는 받는 쪽에도 얇게만 닿는다. 들었긴 한데, 마음이 거기 멈추지 않는다. 일상의 감사는 공기 같아서, 거기 있긴 한데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쓴 감사는 다르다. 쓴다는 행위는 한 번 생각을 멈추고 상대방을 떠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뭐에 감사하는지, 어떤 장면이 고마웠는지 머릿속에서 그려낸 뒤에, 말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이 감사의 진도를 올린다. 받은 쪽도 종이 형태로 남으니까 여러 번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