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계획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조금 불안해진다. 달력의 공백은 그냥 두면 죄책감을 부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해지지 않은 것"을 불안이 아니라 여백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들은 공백 앞에서 당황하지 않을까. 그리고 왜 매주를 마치 처음 만나는 한 주인 것처럼 신선하게 살까.
계획으로 가득 채우면, 생활이 낡는다
달력을 미리 죄다 채우면 안심은 생긴다. 다만 그 안심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서 오는 거다. 3주 전에 정한 약속이 그날의 체력이나 기분과 맞을 리 없다. 그럼에도 정했으니까 움직이다 보면, 감각은 뒤처진다. 이게 계속되면 생활이 신선함을 잃어간다.
계획을 너무 많이 채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택을 미리 한다. 미리 하는 건 안전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들여다볼 여백을 빼앗는다. 오늘의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이번주의 내가 무엇에 에너지가 쏠려 있는지, 그 질문이 떠오르기 전에 이미 답이 정해진 상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