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신발 정류소를 열면 가방이 여덟 개 있었다. 출근용, 휴일용, 출장용, 비 오는 날용, 장보기용, 헬스장용, 혼례용, 혹시 모를 예비용까지. 각각 쓸모가 있고 각각 추억이 있다. 어떤 사람이 이 여덟 개를 하나로 줄였다. 줄인 뒤 생활이 깜짝 놀랄 정도로 가벼워졌다.
선택지의 많음은 가벼움의 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방이 여덟 개면 "뭘 들고 갈지"를 매일 선택하는 일이 생긴다. 한 번의 선택에 드는 시간은 작지만 매일 반복되면 판단의 에너지가 지루하게 깎인다. 게다가 각 가방마다 짐을 옮겨야 한다. 지갑, 열쇠, 정기권, 이어폰, 손수건. 가방을 바꿀 때마다 하나씩 깜빡힌다. 깜빡친 순간 그날 전체 기분이 한 단계 내려간다.
선택지가 많은 것은 자유로 보인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선택지는 자유가 아니라 세금처럼 작동한다. 개개는 작지만 쌓이면 무겁다. 줄여 보지 않으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었는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