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저녁 숙제 시간이 되면 집의 공기가 팽팽해진다. 노트를 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풀이를 설명하고 틀린 것을 고쳐주고 마지막엔 대부분 누군가가 조금 화나 있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저녁 시간이 긴장이 흐르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어떤 부부가 숙제를 과외 선생님에게 맡기기로 한 건, 성적을 올리려는 것보다 가족의 표정을 되찾고 싶어서였다.
부모가 가르치면, 관계가 뒤섞인다
부모가 숙제를 봐줄 땐 가르치는 사람, 평가하는 사람, 밥을 짓는 사람, 함께 사는 사람이 모두 한 명이 된다. 역할이 뒤섞여 있으면, 아이 입장에서 "어느 쪽 부모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가 모호해진다. 모르는 문제를 만나면, 부모에게 물어봐도 되는지, 자기가 생각해야 하는 건지, 틀린 걸 보여줘도 혼나지 않을지, 작은 의심이 먼저 선다. 의심이 쌓이면 책상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