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앞에서 망설이는 몇 초간이 은외로 길다. 계란이 있나, 우유가 얼마나 남았나, 된장은 앞에 있나 뒤에 있나. 문을 열고 눈으로 찾고 다시 닫는다. 마트 계산대 앞에서 "어? 뭔가 빼먹었나" 싶은 순간도, 대부분 이 몇 초의 연장선상에 있다. 냉장고 안의 물건들을 정해진 자리에 고정해보니 장을 보는 시간뿐 아니라 가게를 헤맬 시간까지, 합쳐서 30초 정도 줄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냉장고는 매일 작은 의문을 낳는다
냉장고는 집 안에서 가장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자"가 되기 쉽다. 문을 열 때마다 계란 팩의 위치가 바뀌고, 요구르트는 뒤로 밀려나고, 열어놓은 양념은 앞으로 튀어나온다. 속이 자꾸 움직인다는 건 매번 "찾는 동작"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한 번에 몇 초씩이지만 하루에 몇 번 반복되면 꽤 많은 시간과 정신력을 빼앗긴다.

